입력 2020.07.13 18:01

또 규제 풍선효과... '한번에 3채 계약' 오피스텔에 눈 돌렸다 ( 7.10 부동산대책 이후 기사 )

지난 11일 인천 부평구에 있는 e편한세상 시티 부평역 분양홍보관.
지난달 19일 계약이 시작된 후 이날 홍보관은 가장 북적였다.
전날 아파트 임대사업자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나오면서 오피스텔로 눈을 돌린 수요자가 몰려서다. 
 
이날 한 방문객은 혼자서 오피스텔 3실을 계약했다.
이 오피스텔 분양을 맡은 도시와내일 문성훈 본부장은 “1208실 대단지라 통상 3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순조롭다”며
“여유자금은 있고 주택은 세금 부담이 커지니 오피스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”고 말했다.

이렇듯한 달 새 두 번의 강력한 아파트 규제안이 나오면서
규제 불똥을 피한 오피스텔‧빌라 시장에 ‘풍선효과’가 나타나고 있다.
오피스텔 미분양이 줄고 연립·다세대 같은 빌라 몸값이 오르고 있다. 

한국감정원에 따르면 지난달 연립‧다세대 매매가격 변동률은 0.06%로 전달(-0.05%)과 다르게 상승세로 돌아섰다.
오피스텔 매매가격 변동률도 0.03%로 상승세로 돌아서며 전달(-0.02%)보다 올랐다.

▶‌대출·세금 규제 피해
서울 서초구 방배동 29㎡(이하 전용면적) 빌라는 지난 13일 3억원에 계약이 진행됐다.
두 달 전 이 빌라 같은 크기의 몸값은 2억8500만원이었다.
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“(다가구) 집주인이 맘을 바꿔 지난달 내놓은 가격보다 1억원을 올렸는데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서 이번 주말에 계약할 예정”이라고 말했다.

경기도 김포시 고촌동 G1 헤센스마트 오피스텔(412실)은 지난 일주일새 계약률이 20% 늘었다.
분양 관계자는 “7‧10대책 직후 주말에 문의가 3배 이상 늘었다”고 전했다.
 
그간 주택시장에서 비주류로 꼽히던 
오피스텔‧빌라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데는 규제 영향이 크다.

# 우선 대출이 자유롭다.
이달부터 1주택자도 3억원 초과 아파트를 구매하면 전세자금대출을 갚아야 한다.
하지만 오피스텔이나 빌라는 해당하지 않는다.

전세를 살면서 3억원이 넘는 오피스텔이나 빌라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.
오피스텔은 규제지역에서도 주택담보대출비율(LTV)이 최대 70%다.
 
# 세금 부담도 덜하다.
오피스텔의 경우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 같은 보유세 중과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.
단 주거용으로 신고하면 주택으로 간주된다.  오피스텔·빌라는 아파트처럼 거주 요건을 채우지 않아도 된다.  
 
# 아파트보다 가격이 낮은 것도 이유다.
고가주택 기준인 9억원을 넘지 않는 매물이 많아 갭투자에 따르는 자금 부담이 적다.
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9억1000만원으로, 하위 20%의 평균 가격도 3억9000만원이다.
반면 빌라 중위가격은 2억 원 선이다.
 
# 아파트 전세수요 몰려 수요도 늘고 있다.
아파트 전셋값이 뛰면서 자금 압박을 견디지 못한 전세수요가 오피스텔이나 빌라로 몰리고 있어서다.
부동산 중개 플랫폼인 다방에 따르면
지난달 다세대‧연립‧다가구 30㎡ 이하 전세보증금은 1억4673만원으로, 1월보다 5%(714만원) 올랐다.

# 여기에 아파트 임대주택사업이 사실상 폐지된 영향까지 더해졌다.
정부는 7‧10대책으로 4년 단기 임대와 아파트 장기(8년) 임대를 폐지했지만,
나머지 오피스텔‧빌라에 대한 임대 세제 혜택은 유지키로 했다.

전국 등록임대주택(160만채)의 75%가 오피스텔‧빌라다.
 
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

“빌라 등은 그야말로 서민 주택으로, 75%를 남겨두며 임대주택 규제가 ‘반쪽 개편’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”고 지적했다.
 
최현주 기자 chj80@joongang.co.kr